세종대왕의 술 이야기
공적인 경우만을 살핀다면 세종(世宗)은 위대함을 넘어서는 지도자이자 통치자가 되어 마땅하지만, 사적인 면에서는 세종만큼 불행한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 그 불행의 첫째가 두 맏며느리를 내쳐야했던 일이었다. 세종의 맏며느리라면 당연히 다음대의 보위를 이었던 문종(文宗)의 아내들이다.
세종대왕의 술 이야기
세종대왕의 술 이야기
공적인 경우만을 살핀다면 세종(世宗)은 위대함을 넘어서는 지도자이자 통치자가 되어 마땅하지만, 사적인 면에서는 세종만큼 불행한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 그 불행의 첫째가 두 맏며느리를 내쳐야했던 일이었다. 세종의 맏며느리라면 당연히 다음대의 보위를 이었던 문종(文宗)의 아내들이다.
문종이 술과 색을 멀리하고 오직 서책만으로 벗을 삼았던 탓으로 아내가 있는 거처(嬪宮)를 찾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첫 세자빈 김씨는 독수공방의 적적함을 달래지 못하여 지아비를 끌어들이는 방술에 매달리게 되었고, 마침내 세자의 신발을 태운 재를 술에 타서 마시게 하면 그가 빈궁을 찾을 것이라는 속설을 따랐다가 발각 되여 세자빈의 자리에서 쫓겨난다.
두 번째 빈궁으로 간택이 된 세자빈 봉씨는 독수공방의 외로움을 동성연애로 달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거느리고 있던 소쌍이라는 계집아이와 동성연애에 빠져들었다가 발각되어 역시 빈궁의 자리에서 쫓겨나게 된다. 반가에서도 맏며느리를 두 번씩 쫒아낸다면 구설에 오르기가 십상인데, 항차 다음대의 보위를 이어갈 세자의 지어미를 두 번씩이나 내쳐야 했고, 그것도 입에 올리기 민망한 까닭을 표명해야 했던 성군 세종내외의 고통은 어찌 헤아릴 수가 있겠는가.
고통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애지중지하던 따님인 정소공주가 죽었을 때는 염을 미루면서까지 공주의 시신을 안은 채, 피눈물 나는 제문(祭文)을 지어 지켜보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여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세종의 정감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그것은 꼭 혈연만을 중히 여긴 것이 아니라, 신하들에 대한 사적인 배려도 따뜻하기 그지없었다.
세종 시대 중기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도 남을 주호들이 있었다. 윤회(尹淮), 신장(申檣), 남수문(南秀文) 등이 그들이다. 세 사람 모두 학덕과 문명을 떨치던 집현전의 학사들이었지만, 이들이 모여 앉으면 누구라 할 것 없이 두주를 불사하였는데, 시(詩)와 경서(經書)를 입에 담으면 해가 지는 것을 몰랐고, 재담을 시작하면 낮밤이 바뀌는 줄을 몰랐다 하여 당시대의 사람들은 이들을 3주호라고 불렀다.
세종대왕은 이들을 한자리에 부르고 술 때문에 일찍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니, 과음을 삼가기를 간곡히 타이르고 특히 윤회와 신장에게는 한자리에서 세 잔 이상은 마시지 말도록 엄명을 내렸다. 그 후 윤회와 신장은 세종대왕의 하교를 받들어 어떠한 경우에도 세 잔 이상은 마시지 않았으나, 양푼과 같은 아주 큰 그릇으로 세 잔을 마셨던 탓에 주량은 오히려 전보다 늘어나게 되었다. 세종대왕은 이 말을 전해 듣고 술을 덜 마시게 한 것이 술을 더 마시게 하는 결과가 되었다고 탄식하였다.
신장이 일찍 세상을 떠나자 정승 허조(許稠)는 “술이 신장을 망쳤도다!” 라고 한탄하였고. 얼마 뒤 남수문 마져 세상을 버리자, 성군 세종대왕은 술의 해독을 명료하게 열거하면서 다음과 같은 경계의 윤음을 내리기도 하였다.
-술의 해독은 매우 크다. 어찌 특히 곡식을 썩히고 재물을 허비하는 일뿐이겠는가. 술은 안으로 마음과 의지를 손상시키고, 겉으로는 사람의 위엄과 품위를 잃게 한다. 혹은 술 때문에 부모의 봉양(奉養)하는 일마저 저버리게 되고, 혹은 남녀의 분별을 문란 하게 하니 그 해독이 크면 나라를 잃고 집안을 망치게 만들며, 그 해독이 작으면 성품을 거칠게 하고 생명을 잃게 만든다. 술이 강상(綱常)을 더럽히고 문란하게 만들어 풍속을 퇴폐하게 하는 것은 이루 다 일일이 그 예를 들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참으로 기막힌 말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귀한 곡식을 썩힌 물을 마시면서 강상을 더럽히고 문란하게 한다는 비유는 가슴에 간직해야할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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