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진보논객 한윤형·박가분 前연인들 "폭행·협박받아" 폭로
평소 페미니즘 옹호, 비난 쏟아져… "도덕적 책임 더 엄격히
물어야"
"젊은 진보 논객이란 작자가 자취방에서 여자 친구나 패고 다니면서 본인은 페미니스트인 척… 진정한 '진보 마초'의
탄생이로세."
지난 주말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와 인터넷 공간은 소위 '진보 논객' 한윤형(32)씨와 박가분(본명
박원익·28)씨에 대한 비난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두 사람이 과거 사귀었던 여자 친구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욕설, 협박 등을 해왔다는 폭로를
'피해' 당사자들이 연이어 터뜨렸기 때문이다. 한씨는 '뉴라이트 사용 후기' 등의 책과 칼럼으로 진보 진영에서 진중권씨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일베의 사상'을 쓴 박씨 역시 현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으로 평소 사회 진보와 여성 권리를 옹호하는 칼럼을 써 왔다. '진보 마초'는
성 평등에는 눈을 감고, 계급운동과 노동운동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위선적 진보 지식인을 냉소하는 조어(造語)다.
◇여자 친구
때리는 청년 진보 논객?
19일 한씨의 전 여자 친구인 A(24)씨는 블로그에 긴 글을 올렸다. 4년 동안 사귄 한씨가
"나를 못생겼다고 무시해서" "네가 나와 언쟁했기 때문에" "네가 좀 구타 유발자라서" "(응원하던) 야구팀 져서 기분 나쁜데 성질 건드린다고"
등의 이유로 술을 마신 채 상습적으로 자기를 폭행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바로 페이스북에 폭력을 시인하며 사과문을 올렸지만 "제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부엌에 있어 식칼이라도 꺼내 들까 봐…" 등의 변명을
함께 적었다가 더 큰 비난이 이어졌다. 결국 그는 22일 "모든 사실을 인정한다. 진지하게 자숙하겠다"며 한 번 더 사과문을 올렸다. 본지의
확인 요청에는 "해명서 이외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같은 날 A씨의 폭로에 용기를 얻었다는 B씨의 폭로가
이어졌다. '민경'이라고 자신을 밝힌 B씨는 "(박씨가) 화가 나면 물건을 집어 던지고 주먹으로 책상이나 벽 등을 수차례 쳤다"고 했다. 또
B씨는 "헤어진 뒤에도 (박씨는) 제게 몇 차례 성추행을 했다"며 "'이래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제가 자신(박가분)에게 보복하지 못할 거란 걸
안다고 답했다"고도 썼다.
박씨는 본지와 가진 통화에서 "(B씨가 폭로한) 사실관계 대부분에 동의할 수 없고, 데이트 폭력
가해자였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라고 반론했지만, 트위터 등에서는 박씨의 B씨에 대한 폭력을 증언하겠다는 인물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페미니즘 이슈 문제 되며 더 주목
데이트 폭력 문제는 페미니즘 운동에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이 가해자인 데이트 폭력 실태가 심각하니 따로 처벌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형법으로 처벌하면 된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두 사람의 데이트 폭력 논란은 최근 여성 비하 문제가 '뜨거운 감자'인 상황에서 불거졌다. 올해 초부터 평론가 김태훈씨나
개그맨 유세윤, 장동민 등이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최근 페이스북에서는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는 개그 만화가 논란이 되면서 페미니스트들이 만화가 퇴출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인터넷에는 김태훈, 장동민, 한윤형, 박가분 등을 한데
묶어 "여혐(여성 혐오주의자)"이라고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진보 진영만의 문제인가
'데이트
폭력'이나 '여성 혐오'가 진보 진영만의 문제냐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SNS상에서는 "식칼을 꺼낼 것이라 예측하고 때렸다니 정당방위의 새로운
개념" 이라는 등 두 진보 논객에게 특히 비판과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도덕성을 무기로 필봉을 휘두르며 페미니즘을 옹호했던 진보 논객인 만큼
이들의 이중성과 위선을 더 가혹하게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 평론가 하재근씨는 "두 사람의 폭행이 사실로 밝혀지면 그에 따른 도덕적·사회적
책임은 보통 사람보다 더 엄격하게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