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과잉보호~
자녀 인생에 독이 되는 부모가 된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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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0 05:38 | 수정 : 2014.11.20 16:04
부모 욕심 때문에 불행한 아이들 "고학력 부모일수록 악영향 많아"
지난 7월 초순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생 민석(가명·18)군이 마포대교에서 한강으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흔한 청소년 자살 사례 중 하나였지만 지인들 사이에선 민석이 부모가 서울의 명문대를 나온 '고학력 엘리트 가정'이란 점에서 충격이 컸다. 민석이는 그날 목숨을 끊기 전 엄마에게 '엄마와는 할 말이 없다'는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대구의 한 중학교 2학년생 상호(가명·14)의 어머니 B(41)씨는 지난해 학교 상담 교사로부터 상호가 정서 행동 특성 검사 결과 '자살 고위험군(群)' 판정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 우등생이었던 상호의 중학교 첫 학기 성적은 최하위권이었다. 그동안 상호를 위해 한 과목에 수십만원 하는 학원 과외에 돈을 쏟아부었다는 B씨는 아들에게 "너한테 들인 돈이 아깝다"는 등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다. B씨는 그로부터 얼마 뒤 상호가 노트에 '엄마를 죽이고 싶다'라고 쓴 글귀를 발견했다.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내몰리고 있다. 그 결과는 자살·자해, 가출에 존속 살인 같은 극단적 선택까지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등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초·중·고교생이 사흘(2.74일)에 한 명꼴로 자살하고, 자살 원인 1위는 '가정 문제(35%)'로 나타났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조사한 '2014년 한국 행복지수 국제 비교 연구'에서도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는 74(OECD 회원국 평균 100)였다. 6년째 OECD 소속 국가 중 최하위다.
아이들의 불행과 일탈 배경에는 부모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고학력 부모들이 자기 욕심대로 아이들을 길들이면서 오히려 자녀 인생에 독이 되는 '독친(毒親·toxic parents)'의 늪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는 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사이버 상담을 신청한 건수가 올 한 해만 5600여건에 달했다. 개발원의 양미진 상담실장은 "고학력 부모일수록 자녀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고, 자녀에 대한 분노 표출이 즉각적인 경향이 있다"며 "독친은 아이들에게 '생애 초기 스트레스(early life stress)'를 줌으로써 '청소년 화병(火病)'을 유발하고, 이는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도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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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1 04:41
조금만 혼내도 아이들 벌컥 화내… 부모는 곧장 찾아와 교사에 따져
"교육과 지도, 이런 거 다 옛말입니다. 그저 관리·감독이라도 잘하면 다행이죠."
경력 16년차 중학교 교사 김모(42)씨는 '요즘 학생들 지도하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이런 질문이 얼마나 현실을 모르는지 보여주겠다며 중2 담임을 맡았던 지난해 겪은 일을 꺼냈다.
그날 아침 김씨는 전날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고 하교한 '주번' A양을 교실 앞으로 불러냈다. "교실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 정해놓은 룰을 어기는 것은 나쁜 일"이라며 "앞으로는 청소 후 검사를 받고 집에 가라"고 타일렀다.
그러자 A양은 "학원 버스 오는 시간이 늦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 일과가 끝나지 않았는데 학원 버스 시간 때문에 청소를 내팽개치고 가는 게 잘한 일이냐"고 꾸짖었다. 갑자기 눈에 눈물이 맺힌 A양은 "왜 나만 야단치느냐"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김씨는 회초리로 A양의 팔을 두 대 때리고 자리로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A양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분에 찬 모습으로 김씨를 노려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김씨는 결국 A양을 조퇴시켜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러고는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학부모는 "선생님 죄송합니다"하고 끊었다고 한다.
며칠 뒤 A양의 어머니가 교무실을 찾아왔다. 어머니는 다짜고짜 '그날' 일을 따져 묻기 시작했다. 김씨는 "사실 그날 저도 좀 흥분은 했지만, 꼭 체벌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러나 A양 어머니는 "말로 해서 안 되면 폭력부터 휘두르는 게 교사냐"며 김씨를 몰아세웠다고 한다. 김씨는 A양 어머니에게 사과했다.
김씨는 "자녀의 말만 듣고 항의하러 오는 학부모들과는 대화가 쉽지 않다"며 "그저 '수업만 하면 되는 강사'처럼 사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교사가 자신이 입시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월급 받는 존재"라며 "부모들이 자녀에게 공부가 전부라는 식으로 가르친 영향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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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1 04:41
-문은희 알트루사 여성상담소장
내 뜻대로 아이를 조종하며 아프게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라
부모가 사랑의 메시지로 던지는 이 말이 사랑으로 전해지지 않았다면 아이들은 얼마나 고역일까.
한국알트루사 여성상담소 문은희(75·사진) 소장은 "엄마들은 '아이와 모든 이야기를 나눈다'고 자부하지만 정작 아이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엄마 자신이 아이를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40년 넘게 엄마와 아이의 행복을 연구해왔다.
연세대 교육학과를 졸업해 같은 대학 대학원과 영국 글래스고대학에서 상담학·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2011년 연구 기록을 묶어 저서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를 펴냈다.
문 소장은 아이들을 불행하게, 아프게 하는 엄마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대화가 많지만 아이와 느낌을 소통하지 못하는 엄마''가정에서조차 아이의 인권을 지켜주지 못하는 엄마' '자녀의 꿈을 방해하는 엄마' '아이의 어두운 마음을 외면하는 엄마' '일 처리하듯 목표한 곳으로 아이를 몰아가는 엄마'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는 엄마' '내 아이만 잘되면 된다고 생각하는 엄마' 등이다.
문 소장은 "엄마 역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악의가 없더라도 아이를 임의로 조종하는 폭군으로 변해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문 소장은 다른 나라 엄마들과 달리 한국 엄마들만의 특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엄마들은 자식은 물론 남편과 부모까지 모두를 포함하고 사는 행동양식을 가진다"며 "이 때문에 아이의 행복과 불행 모두가 자신의 것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결국 자녀를 '개인'으로 보지 않고 자신이 끝까지 끌어안고 가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데서 잔소리와 간섭, 조바심이 커진다는 것이다. 문 소장은 "여기에 한국 사회의 과도한 경쟁 체제가 '공부-일류 학교-취업-돈과 힘'이라는 중요 가치를 만들어내면서 엄마들이 '돈으로 아이를 키우고, 돈만 버는 아이로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소장은 "이 같은 문제는 세대를 이어가며 반복되기 때문에 엄마들 스스로가 문제를 드러내고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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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자식 사랑도 '毒']
"아직 아이같아서…" 40代 아들 집 청소해주는 70代 부모
-12세인데 소변 못가리는 아이
엄마가 매일 아이 데리고 자… 옷 입혀주고 응석 다 받아줘 와
-회사 적응 못하고 그만둔 청년
"우리 아이 잘 부탁드린다"며 아빠가 수습때 회사에 꽃 보내
과잉보호 익숙해진 부모들… 자녀 自立 막고있는 셈
서울 동작구에 사는 박모(여·44)씨는 지난 주말 강원도에 아빠와 캠핑을 가려고 집을 나서는 아들 기수(12)를 배웅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 집에 돌아온 박씨는 방한용 목도리를 챙겨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다시 아들 얼굴을 떠올렸다. 기수는 키 150㎝에 몸무게 38㎏인 건강한 아이다. 공부는 반에서 상위권이고 운동도 곧잘 해서 친구들 사이에선 꽤 인기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기수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지금도 1주일에 1~2차례씩 이부자리에 오줌을 싼다.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 옷 입을 생각을 안 해 엄마가 항상 옷을 입혀 학교에 보낸다. 그래도 엄마는 아들이 집을 하루라도 떠나는 날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이가 사랑스럽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 주말 스마트폰 속의 아들 사진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나이에 맞지 않게 오줌을 제대로 못 가리고 어리광을 부리는 데는 아직도 아이를 옆에 끼고 자는 엄마 탓도 있는 것 같다고 아빠 김모(49)씨는 말했다. 엄마 박씨 역시 아들이 또래보다 응석이 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씨는 아동심리학 박사다. 박씨는 "아들이 저러는 데는 내 탓이 크고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도 옳지 않다는 걸 안다"면서도 "하지만 배운 대로 잘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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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기자
서울대 곽금주 교수는 "부모가 모든 것을 대신 해주는 아이들은 자립 능력이 약해 작은 외부 자극에도 불안 심리가 커지고, 매사에 고마움을 모르고 불만만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모의 지극한 자식 사랑은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된다.
문제는 이런 부모·자식 간 사랑이 자녀로 하여금 '정신적 이유기(離乳期)'를 놓치게 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아이처럼 부모의 일방적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게 만든다는 점이다.
◇40대 아들집 청소해주는 부모
초등학교 교사로 퇴직한 정모(73)씨는 매주 수요일이면 경기도 성남 분당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 사는 아들네 집으로 간다.
맞벌이 부부로 사는 외아들(40)의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 날에 맞춰 집 청소를 해주려는 것이다. 집 청소를 마치고 밀린 빨래까지 세탁기에 돌려 널고 나면 2~3시간이 금세 흐른다. 가끔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쓰레기 분리 수거장에서 만난 이웃 아주머니들이 "어르신 며느리는 참 좋겠어요"라는 인사말을 건넬 땐 흐뭇해진다. 정씨는 "아들 내외한테 고맙단 소리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지만 자식을 위해 뭔가 해줄 수 있으니 된 거 아니오"라고 했다.
지난해 9월 울산광역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20년간 근무해온 교사 A씨는 이 학교에 다니는 자기 딸의 내신 등급을 높이기 위해 중간고사 수학 성적을 조작했다가 결국 법정에 섰다. A씨는 교무실에서 교사들에게 공지된 학생들의 성적 현황을 보자 곧바로 딸의 성적에 눈이 갔다. 수학 점수를 조금만 높이면 내신 등급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동료 교사 B씨를 설득해 아이의 답안지를 바꿔치기해 성적을 높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부모들은 불법 행위조차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란 생각으로 합리화한다"고 했다.
◇방임하다 뒤늦게 개입하는 부모도 문제
자녀에게 자기 뜻을 강요하거나 간섭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규율 없이 아이를 방임하는 부모, 그리고 뒤늦게 아이 인생에 개입하는 이른바 '물친(규율 없이 방임하던 물 같은 부모)의 돌변'도 아이에게 독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변에서 '자수성가'했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40대 사업가 정모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했다. 주말이면 아들과 축구하거나 캠핑을 가며 '친구 같은 아빠'로서 역할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학생이 된 아들은 "이제 성적에도 신경을 쓰라"는 정씨의 말에 반발하기 시작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김래선 상담원은 "정씨는 나름 '열린 아빠'라고 생각해왔지만, 정작 아들은 아빠를 주말에 놀아주는 '놀이 상대' 이상으로 여기지 않았다"며 "아이가 어릴 때 아이와의 갈등을 조정하는 일은 엄마가 도맡아 왔기 때문에 아이는 뒤늦은 아빠의 개입에 거부감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교육 컨설팅 등을 전문으로 하는 유웨이중앙교육 유영산 대표는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한 아버지 가운데 이런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신적 이유기' 놓친 독자(獨子) 세대
출산율이 1.19명인 우리 사회의 '독자' 세대가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문제는 자녀를 과잉보호해온 부모들 역시 자녀의 부모 의존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중견 기업 간부는 "한 수습사원 아버지가 회사로 꽃바구니를 들고 와 '혼자 자라 사회를 잘 모른다'며 아이를 잘 부탁한다고 하는데 어린아이를 캠프에 보낸 아버지 같았다"며 "해당 사원은 결국 일이 힘들다며 얼마 안 돼 회사를 그만뒀다"고 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소수연 박사는 "자식을 애지중지하며 키워온 요즘 부모들이 정작 자녀의 자립 능력을 키우는 데는 소홀한 대가를 치르는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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