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이야기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 된다는 말의 진실

친가유 2014. 4. 2. 19:50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 된다는 말의 진실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 된다는 말처럼 끔찍한 말은 없습니다.

이 말의 속을 들여다보면,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남자들과 여자들은 ‘사람’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합법폭력기구’를 나와야 사람이 된다는 말로 흥건한 사회는 사람 살기 좋은 곳일 수 없죠. 

 

그러나 이 말이 넘치는 까닭을, 돈과 뒷배를 가진 이들은 군대에 가지 않는 한국에서 하릴없이 군대에 ‘끌려간’ 이들의 씁쓸한 자위로 여겨선 안 됩니다

나름의 ‘진실’이 있습니다.

터무니 없는 허풍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군대를 거친 다음에 달라집니다.

군대란 ‘야릇한 데’를 거치면 사람이 바뀝니다!

 

조금만 둘레를 훑어봐도 군대를 갔다 온 뒤 이른바 ‘정신 차린’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부모 속을 뒤집어놓던 철딱서니가 ‘해병대 마크’를 단 뒤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변하듯 ‘듬직한 아들’로 바뀌기 일쑤죠.

꽐라였던 이들이 복학생으로 돌아와 도서관에서 ‘매복’을 하면서 학점 전선을 위로 끌어올립니다.

학점 4.0으로 돌격 앞으로.....!!

 

그래서 그런지 자신들이 재사회교육기관이라고 군대는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형편없는 가정교육과 진흙탕 개싸움을 시키며 머릿속에 똑같은 것만 집어넣는 학교 교육에 망가질 대로 망가진 애들을 데려다가 다시 가르친다는 것이죠.

여러 사람과 어울리게 하며 자기 혼자만 알던 아이에게 사회성을 익히게 하고, 몸만 자란 코흘리개들을 ‘국민’으로 성숙시킨다고 군대는 으쓱해 합니다.

 

 

이런 주장들은 꽤 그럴싸합니다.

자기밖에 모르고 옆 사람들과 ‘다름’을 견디며 지내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젊은이들이 군대에서 집단생활을 통해 ‘어린애 같은 자의식’을 퍽 덜어내게 되니까요.

 

적지 않은 이들이 자기가 있던 곳에서 만날 수 없었던 너무나 낯선 이들과 함께 살면서 미처 몰랐던 세상에 눈을 뜹니다.

 

그러나 군대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바로 ‘짬’입니다.

 

생각할 수 있는 겨를이 군인들을 달라지게 합니다.

군대에서는 자신이 바라지 않아도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어려움에 들이닥쳤을 때 생각을 하게 되듯 평소에 하던 대로 하면 안 될 때 생각을 해야 하듯, 생각은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관념’이 아니라 어제의 자신에서 오늘의 나로 뛰어넘게 해주는 구름판이니까요.

 

 

 

새롭지 않으면 생각이 아닙니다.

그저 반응일 뿐이지요.

어떤 신상에 홀려서 무턱대고 좋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생각한다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소비사회에 길러진 기호대로 한낱 이끌리는 것이니까요.

정책이나 인물에 대해선 잘 모른 채 투표하는 사람에게 생각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고작 지역주의가 깔아놓은 정서대로 움직이는 것일 따름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 가운데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생각이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따지고 보면 ‘반응’일 때가 수두룩하죠.

TV와 인터넷에 얽매이고,  잠깐이라도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해서 차분하게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사람들은 군대에서 ‘충격’을 받습니다.

집에서 곱게 자라던 아이들이 한순간에 가장 낮은 밑바닥으로 굴러떨어져서 세상의 찬바람을 쐬고, 자신이 몰랐던 자신을 만나면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죠.

 

 

군대에선 하루에 1~2시간 근무를 서게 됩니다.

누가 쳐들어오지 않을까 총을 들고 지키게 되는데, 바깥을 두리번거리듯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자신의 어제,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짚어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사회흐름에 휩쓸려서 생각다운 생각을 못 하던 젊은이에게 군대란 곳에서 맞닥뜨리는 버겁고 외로운 시간은 생각하게끔 멍석을 깔아주죠.

 

 

군대에서 생기는 이 ‘시차’는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를 일으킵니다.

'나‘에 대해서 새롭게 알아가고 자신의 미래를 마주하니까요.

골똘하게 고민할 수밖에요.

군대란 진지는 자신의 앞날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자리가 되어주는 셈이지요.

여태껏 나라고 믿어왔던 ‘나’가 군인이 되면서 더 이상 ‘그나’가 아니듯 앞으로 펼쳐질 나는 새로운 나일 수 있음을 희망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군인들은 제대할 날을 손꼽습니다.

군 생활이 워낙 괴롭기도 하지만, 사회로 돌아가기만 하면 뭐든 잘 할 거 같은 자신감에 들떠있기 때문이죠.

지난날을 반성한 끝에 앞으론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니까요.

군대에서 키웠던 ‘생각의 알통’들은 얼마 안 있어 금세 흐물흐물해지지만 그럼에도 군대에 가기 전,

‘생각’ 없었던 모습보다 훨씬 의젓한 꼴을 보입니다.

 

 

군대에 가면 사람 된다는 말은 잘못된 섬뜩함이지만,

이 속엔 청소년기에 이뤄지는 한국교육의 소름 끼치는 허접함과 평소에 생각하지 못하게끔 돌아가는 한국사회의 정신없음이 배어있네요.

‘시차’를 일상에서 이뤄내고,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까닭도 이 말에 담겨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