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병의 훈련소 회고록
영원한해병
비가 오니까 비가 온다고 걱정들 하시는 훈병 부모님들
글을 보면서 저도 오래전에 우리 모친께서 이렇게 하셨을거라는
생각에 숙연해지는 마음입니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고....하는 부모님은혜는 우리 해병대 후배들
진즉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같이 지내면서는 그것을 표현하기에는
멋쩍고 쑥스러워서 못했지만
부모형제 떠나서 특수한 상황에 처한지금 극기의 체험도 하는 지금
가장 소중했던게 주변에 있던 부모형제. 곰신. 친지 등이 귀하고 그리운 상황이라
애정과 사랑표현이 자연스럽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오니까 부모님들 께서는
너무나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고 내가 낳은 자식이 이럴때가 있나 하는모습
글로나마 읽어보는 저 자신도 흐뭇하고 때론 감동적일때 눈가에 이슬까지....
훈병을 두신 부모님들께 '그 남자....'만 보시고도 아이들 걱정에 좌불안석일것 이라서
왠만하면 훈련받고 고생담 같은 것은 쓰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해서 현재의 달라진 병영생활을 보면서 부러워했던 부분도
많이 있어서 비교해서 좋아진 환경에 훈련 받고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시라는 뜻입니다.
저희들은 76년12월 3일 합격자 발표하고 5일후 8일에 가입소 시작해서 신병 훈련만
8주를 받았습니다. 합격자 발표하고 5일만에 입대니까 여유라곤 있을수도 없었고 -.-;;
그 때 나이가 열아홉살 진짜 철부지 였습니다.
혼자 계신 어머님께 걱정 하실까 봐 가는 날 그 날에 "엄마 군에 갔다 올게요"하고 갈려고
했지만 뭔가 낌새를 채신 모친께서 "군대 가나?" 물으시길래 "예 갈겁니다"고 답했더니
"해병대 갈끼가" 물으셔서 "그렇십니다" 말씀드린 순간 우시면서 "니가 몇대 독잔데 해병대 가노"
하시면서 제가 들어 가는동안 5일 내내 식음전폐 하시고 저를 달래고 어르며 하시는 말씀이
"그래 좋다 정 군대 갈라몬 해병대만 빼고 어데든 가거라"며 해병대 가면 맞아죽고
기합받고 성질 버리고 개병대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 시절에는 그런 말들이 일반적 이였습니다.
그렇게 가족을 터미널까지만 배웅받고 혼자 진해로 전날 내려와서 여관 잡아놓고
잠을 청하려 해도 잠도 오지않고.....불안 초조 등 글로서는 그때의 심경 표현이 힘드네요.
다음날 진해 신병훈련소 6정문 앞에서 모여서 줄서서 연병장에 집합하여 그 때부터
가혹한 기합과 무시무시한 고함등이 난무하고....사회에서 한가닥 했다는 애들도
조금만 얼쩡댔다간.... (생략합니다)
'그 사람....'보니까 침상에 앉아서 산천초목이 벌벌 떤다던 해병대 순검을 받던데
저희들때는 학교 건물같은 커다란 건물 양쪽으로 3개 소대씩 6개소대 1개 훈병중대가
한 공간에 150명 이상을 수용하는 공간 이라면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 곳에 아무것도 없이 3층 스프링침대(해군식)만 주---욱 배열해 놓은 곳에
3렬로 순검대형으로 서있으면 말그대로 털끝도 안움직이는 부동자세로 서있는데....
교관이나 소대장은 눈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며(눈 돌아가는 소리가 납니까? 억지죠-_-;;)
"지금 병사 떠나면 빤쓰바람에 병사앞 사열대앞 선착순 집합 !" 하면 난리납니다.
선착순 혜택은 동기들 구를때 그냥 속옷 차림에 떨면서 기합만 안받는다는거죠
그 혜택 이라도 받으려고 순검 때 좀 독종 소대장이 당직이면 어차피 오늘은 편케
잠자리 들기는 글렀으니 튀어나갈 만반에 준비 즉 육상경기 스타트라인에 선 상태
같이 준비 합니다. 그러면 예외 없이 불호령 떨어지면 언땅에 언 몸으로 뒹굴고 들어와서
런닝셔츠 한장만 걸쳐도 훈기(?)를 느낄 정도 입니다.
물론 그 큰 병사에 난로는 있었는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불을 때지 않았으니
난로가 우리 훈병 덕봤다 하겠죠 ^^ 그렇게 기합받고 들어 와서 뭐가 좋아서
희희덕 거리고 웃으면 그게 빌미로 다시 튀어나가야 되는 43년만에 닥친 강추위에
'빤쓰바람'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훈병들 이부자리 위에서 가부좌틀고 앉아서.... 저희들이 볼때는 많이 편하게
순검을 받는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지적 받은 훈병은 그자리에서 쪼그려뛰기 30회로 기합을 대신 했지만 저희들때는
'과실점'을 받습니다. 그걸받은 훈병들은 휴일때 동기들 내무실생활 할때 혹한에
광목사각팬티차림에 내피없는 맨(알)철모에 탄티차고 M1소총들고 종일 특별교육 받았습니다.
과실점 받는 사유도 많지만 유독 암기사항 불량으로 과실점을 많이 받게되는데
말 그대로 해병대 순검은 산천초목이 벌벌떤다는 말에 좀 소심한 친구들은 순검 때
소대장 지나갈때 부동자세로 가슴 쫘--악 펴고 눈을 부릅뜨고 턱을 땅기고 지나가는
소대장을 잡아 먹을듯이 쳐다보면 그냥 지나 가는데 아무리 자세를 잡아도 그런
자세가 안나오는 애들은 번번이 지적당하고 심지어 지나치는줄 알았는데 갑자기
돌아서서 귀관! 하면은
악! 훈병 누구! 하면서 자기 이름을 대야 하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자신의
이름을 생각 못해서 버벅 대다가 과실점맞고(충분히 있을수 있는일입니다)
그리고 우리 기수들도 당시에 대학교 재학중에 들어온 친구들이 많았는데
해병대 지원한 동기가 공부하기 싫어서 왔다는 넘들도 꽤나 있었는데
그 큰 대형 내무실 벽에 암기해야 될 사항들을 빼곡히 붙여 놓고
그중에 달달 외워둔 내용을 읊어라면 좋으련만 미쳐 못 외운 암기 사항을 못해서
과실점 받고는 아!~~시바 (나쁜 표현 죄송합니다^^) 공부하기 싫어서 왔는데.....
이기뭐꼬 -_-;; 하는 애들도 많았듯이 그 때 외운 암기 사항이 수십년이 지나도 지금껏
외워지는 절박함에서 할 수 밖에 없는 해병정신이였고 훈련소 시절이였습니다.
제가 올리는글이 어째 주제넘은 글이 아닌가히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올린 글이 우리 훈병 부모님들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다음부터 올리지 않겠습니다.
저는 단지 저희들때 보다 좋아진 환경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데
부모님들께서 귀한 아들을 군에 보내놓고 노심초사 하시는 모습이
안타까워 졸필이지만 그 때와 비교해서 조금 덜 걱정하시라는 충심에
올리는 글이였습니다.
해병대 생활 하면서 고생만 한게 아니고 31개월 해병대 생활에
남들이 들으면 30년치는 될만한 애피소드도 많습니다.
우리 아드님들도 아마 많은 추억을 만들고 있을겁니다.
오늘도 흐리고 비오는 날씨지만 우리 해병가족님들 행복한 하루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