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런 이야기

군에 간 아들과 엄마의 편지

친가유 2013. 8. 7. 19:55

 

군에 간 아들과 엄마의 편지

 

 

*  이병

    부모님 전 상서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날 소생 부모님께 문안 여쭙습니다.

    저는 항상 배불리 먹여주시고 잘 보살펴 주시는 고참님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대한의 씩씩한 남아가 되어 돌아가는 그 날까지

    건강히 지내십시오.....

 

*  이병 어머니

    사랑하는 아들에게...

    군에서 소포로 보내온 네 사복을 받아 들고 밤새 울었다.

    추운 날씨에 우리 막둥이 감기나 안 걸리고 생활하는 지 이 엄마는 항상 걱정이다.

    집안은 모두 편안하니 아무 생각 말고 씩씩하게 군생활 잘 하길 빌겠다.

 

*  일병

    어머니께.

    열라게 빡센 훈련이 얼마 안 남았는데 어제부터 무좀 걸린 발이 도져서 걱정입니다.

    군의관에게 진료를 받았더니 배탈 약을 줍디다.

    용돈이 다 떨어졌는데 빨리 보내주지 않으면 옆 관물대를 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  일병 어머니

    아들 보아라.

    휴가 나와서 네가 타간 용돈 때문에 가계부가 정리가 안 된다.

    그래도 네가 잘 먹고 푹 쉬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다음 휴가 나올 때는 미리미리

    연락주길 바란다. 돈을 모아놔야 하거든.

    그리고 군복 맞추는 돈은 입금시켰으니 좋은 걸로 장만하길 바라마.

    (ps 니 아빠 때는 군대에서 그냥 줬다던데?)

 

*  상병

    엄마에게.

    엄마, 왜 면회 안와?

    아들이 이 촌구석에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어제 김일병 엄마는 먹을 거 잔뜩 싸 들고 와서 내무반에 풀고

    외박 나가서 아나고 회도 먹었다더라.

    엄마는 가끔 내 친 엄마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투덜∼  투덜∼

 

*  상병 어머니

    아들아, 수신자 부담 전화는 이제 그만하길 바란다.

    너는 군생활하면서 무슨 놈에 전화를 그렇게 많이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슨 놈에 휴가는 또 그리 자주 나오냐?

    누굴 닮아 저 모양이냐고 어제는 아빠와 대판 싸웠다.

    결국 내가 이겨서 너는 아빠를 닮은 것으로 판정 났으니 그리 알아라....

 

*  병장

    여기는 사람 살 곳이 못돼

    지금까지 어떻게 군생활을 했나 내가 생각해도 용해∼

    똥 국을 너무 많이 먹어 얼굴에 황달 기가 돌아 미치겠어.

    그리고 보내준 무스가 다 떨어졌옹∼ 나하 더 보내줭.

    헤어스타일이 영 자세가 안 잡혀.

    굴구 놀라지 마.

    어제 내가 몰던 찝차가 뒤집어져서 고장 났는데 사비로 고쳐야 한대.

    엄마.... 100만 원이면 어떻게 막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음 주까지 어떻게 안 될까?

 

*  병장 어머니

    니 보직이 PX병이란 사실을 이제야 알아냈다.

    찝차 고치는데 가져간 돈, 좋게 말 할 때 반납하기 바란다.

    요즘 가정 형편이 어려우니 차라리 거기서 말뚝이나 박으면 좋으련만....

    니가 쓰던 방은 어제부터 셋방으로 쓰고 있다.

    벌써 22개월이 다 지나간 걸 보니 착찹하기 그지없구나.....

 

 

 

 

* 이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