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맛집들
더러운 맛집들
비싸고 맛있는 집은 많다. 깨끗하고 맛있는 집은 다른 데서도 많이 소개한다.
2013년을 마감하는 이 시점에 우리가 선택한 건 더러운 맛집이다.
더럽다고 썼지만 공간이 누추할 뿐, 30여 년 이상 같은 자리를 지켜온 이 집들의 음식엔 손맛이 살아 있다.
순희네 빈대떡

맛 ★★★★★
단골손님 ★★★★☆
청결도 ★☆☆☆☆
친절도 ★★☆☆☆
광장시장의 빈대떡이야 워낙 유명하다. 그런데 막상 광장시장에 가면 한 집 걸러 한 집이 빈대떡집이라 어느 곳에 들어가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정답은 있다. ‘순희네 빈대떡’이다. 이미 각종 매체에 소개되며 행인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순희네 빈대떡은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손님이 가득하다. 40년이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순희네 빈대떡 메뉴는 ‘녹두빈대떡’과 ‘고기완자’ 딱 두 가지. 이 단순한 메뉴만으로 입소문을 타 최근에는 한국을 방문한 팀 버튼 감독까지 가게를 찾았다(가게에는 그가 빈대떡을 먹는 사진이 있다!). 즉석에서 녹두를 맷돌에 갈아 기름에 튀겨 내 바삭하고 고소한 빈대떡을 간장양파절임에 찍어 먹으면 줄 서서 기다린 시간을 보상받은 기분이 든다. 녹두전 특유의 묵직한 맛이 일품이라 비 오는 날이 아니어도 생각나는 맛이다.

ADD 서울시 종로구
종로5가 138-9
TEL
02-2268-3344
태조감자국

맛 ★★★☆☆
단골손님 ★★★★☆
청결도 ★★☆☆☆
친절도 ★★★★★
성신여대 인근 돈암시장에 자리한 태조감자국은 1958년 ‘부암집’으로 시작해 감잣국, 콩비지백반 등 한식을 선보이다 현재 주인장인 부부가 2대째 대를 이으면서 감잣국 전문점이 됐다. 이름만 들으면 감자를 넣어 만든 국 요리가 연상되지만 우리가 먹는 감자탕의 원조가 바로 태조감자국의 ‘감잣국’이다. 부암집에서 감잣국을 선보일 때만 해도 일반 식당에 감자탕이란 메뉴는 없었단다. 이후 태조감잣국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비슷한 메뉴로 음식점을 개업하면서 70년대부터 감자탕집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곳 감잣국은 돼지 목뼈부터 등뼈, 꼬리뼈까지 골고루 담아 내는 것은 물론, 수제비, 감자, 당면, 깻잎 등의 부재료로 푸짐함을 더한다. 특히 여느 감자탕집처럼 덜 익어 딱딱하거나 너무 푹 익어 부스러지는 일 없이 적당하게 잘 익은 질 좋은 감자를 맛볼 수 있다. 그래 봐야 감자탕 아니냐고? 이건 모든 감자탕의 어머니인 감자탕이다.

ADD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동5가 73-2
TEL
02-926-7008
송정식당

맛 ★★★★☆
단골손님 ★★★★★
청결도 ★★☆☆☆
친절도 ★★★★★
동대문 종합상가 먹거리 골목에서 뿌연 연기가 안개처럼 자욱한 골목을 발견한다면 송정식당을 제대로 찾아간 것이다. 이 골목에는 생선구잇집이 입구에서부터 안쪽까지 붙어 있어 식사 시간이면 일제히 연탄불에 생선을 굽기 시작하는데, 유일하게 돼지불꼬지를 메인으로 하는 집이 송정식당이다. 초벌 양념한 돼지고기를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굽는데, 불꼬지를 싸 먹는 상추와 밑반찬인 달걀말이, 서비스로 내주는 순두부찌개까지 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맛이 훌륭하다. 서울시 내를 통틀어 양념한 돼지고기를 연탄불에 직접 구워 내는 식당은 손에 꼽을 정도로 자취를 감췄는데, 구워 낼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고 가격 또한 일정 선을 넘기지 못해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식당을 유지하기 위해 주인아저씨는 입구에 서서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고기를 굽는다. 식도락가 사이에서는 이미 돼지불고깃집 중 최고로 회자된다.

ADD 서울시 종로구
종로5가 443
TEL
02-2267-2817
우화식당

맛 ★★★★☆
단골손님 ★★★★★
청결도 ★★☆☆☆
친절도 ★☆☆☆☆
을지로3가 부근은 방산시장, 중부시장, 그리고 자영 철공소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다. 특이한 구조로 골목들이 얽혀 있는 터라 영 찾아가기 어려운데, 그냥 을지로3가역 4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주변 상가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30년 넘는 세월 동안 고집스럽게 운영해온 덕에 그 동네에서 우화식당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니까. 주인아주머니께 메뉴를 주문을 하면 어떤 술을 마실 거냐는 질문이 돌아오는데, 안주 메뉴를 판매하기 때문에 술을 시키지 않으면 음식을 절대 맛볼 수 없다. 주재료는 인근 건어물 재래시장인 중부시장에서 구입한 양질의 코다리다. 잘 말린 코다리 두 마리를 크게 썰어 질 좋은 콩나물과 미나리를 듬뿍 넣고 푹 찌는데, 양념을 넉넉하게 잡아 맛이 깊고 굉장히 맵다. 다진 소고기와 각종 채소에 달걀옷을 입혀 부쳐 낸 소고기전 역시 코다리찜과 함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에 영업을 시작한다.

ADD 서울시 중구 입정동
250
TEL 02-2277-4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