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에 대한 예우
노병에 대한 예우
얼마 전 미국의 모 항공사가 장문의 사과문과 함께 진심어린 반성을 하였다는 기사를 접하고 참으로 그들의 대단한 국민성에 감탄한 적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비행기에 탑승한 정복 차림의 군인이 일반석에 앉아 제복을 보관해달라고 승무원에게 부탁했으나 외투와 같은 옷보관은 일등석 손님에게만 가능하다고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체념한 듯 포기 하려 할 때 옆 좌석에 있던 승객들이 큰소리로 항의하며 제복에 달린 각종 훈장을 보고도 그런 행동을 한 승무원에게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군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항의했고 일등석에 있던 승객들이 달려와 자신들과 자리를 바꾸자며 정복 입은 군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하였으나 군인이 괜찮다고 하여 사건이 일단락 된 듯 했는데 비행기에 탑승했던 다른 승객이 SNS에 글을 올리자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고 항공사는 기겁을 하여 장문의 사과와 함께 군인 탑승객에 대한 우대정책까지 발표 하였다고 한다. 또 다른 항공사에서는 해외에 파견되었다 귀국하는 해병대원들에게 비어있는 일등석을 배려하였는데 함께 탑승한 나머지 해병대원들에게 일등석 승객들이 흔쾌히 자리를 양보하여 전 대원이 일등석에 타고 귀국하게 된 일도 있었다고 한다.
과연 이런 일들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하는 생각에 잠시 허탈해지기도 했다. 미국 청소년이 제일 희망하는 직종은 사업가도 정치인도 아닌 내가 태어난 조국과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지닌 군인이나 구급대원 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저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순국한 용사들을 기리는 것에 굉장히 큰 의의를 두고 그들을 존경할 줄 알며 기억할 줄 알고, 후세에 전하기 위해 아이들에게도 올바른 교육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후손들에게도 그에 걸 맞는 대우를 해주고 있지 않은가 싶다.
우리는 지난 5천년 역사 동안 숱한 외침으로 얼룩졌고, 무수한 선열들이 죽어갔다. 특히 세계 전쟁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정도로 참혹했던 6.25전쟁으로 국군 전사자만 40만 명을 넘었다. 민간인 희생자와 부상?실종자까지 합하면 수 백 만을 넘었다. 미군과 유엔군의 전사자도 4만667명, 부상?실종자가 10만8천여 명이었으니 그 참혹함을 형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전사자 유가족은 물론이고, 살아남은 참전노병에 대한 예우마저 형편없는 3등 국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참전노병은 18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게 참전 명예수당으로 월 15만원을 지급하고 있다한다. 그것도 지난해 12만원에서 3만원 올렸다는 것이 이 정도다. 참전명예수당이라는 말이 부끄럽다. 전쟁은 신무기와 물자로 승패가 갈리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초개처럼 바칠 수 있는 ‘군인정신’에 있다. 국가보훈은 국가존립의 기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징기스칸’이 세계정복을 뒷받침한 것은 '부하가 목숨 걸고 싸울 수 있도록 가족을 책임지는 제도'였고, 유럽의 패권을 잡았던 로마는 노병에 대한 보상실시를 유럽 최초 보훈제도로 발전시켰다. 미국은 전쟁포로 및 실종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통해 국가에 대한 신뢰와 희생의 가치를 존중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통일신라시대 ‘상사서’, 고려 ‘고공사’, ‘조선충훈부’ 설치 등 국운이 융성한 시기에는 보훈정책을 중시하였다. ‘조국이 끝까지 나를 지켜주고 책임진다’는 국가보훈은 국민의 애국심 함양은 물론 국민통합의 역할을 한다. 보훈의 가치를 국민의 정신적 자산으로 승화하여 지역, 세대, 계층, 종교 등 갈등을 해소하는 사회통합의 정신적 토대를 구축하고 아울러 자라나는 청소년과 각계각층에 대한 나라사랑교육을 통해 국민의 정신적 지지기반을 확고히 하여야 할 것이다.
김태익 재경이천시민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