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상식

몰락하는 세계의 장수촌

친가유 2014. 4. 25. 22:42

몰락하는 세계의 장수촌

 

 

 

몰려드는 사람, 망가지는 자연… 장수村의 몰락

中 대표 장수마을 바마현… 암환자 등 260만명 몰려 '몸살', 썩은 하천물이 장수샘물 둔갑
돼지고기 삶아먹던 日 오키나와… 햄버거에 40代남성 절반 비만
불가리쿠스로 유명한 스몰리얀… 간편식 유행에 장수 인구 줄어



중국 남부 광시(廣西)좡족자치구에 있는 바마(巴馬)현은 중국의 대표적인 '장수마을'이다. 인구 27만명 가운데 100세 이상 인구가 82명이다. 세계 대다수 장수마을이 온대에 있지만 바마현은 아열대 기후에 속해 장수(長壽) 전문가들의 연구 대상이 됐다. 바마현이 장수마을이 된 자연조건은 산소이온 농도가 짙은 공기, 미네랄이 풍부한 물, 충분한 햇빛, 다른 지역보다 강한 지구 자력(磁力) 등이 꼽힌다. 마을 주민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단조로운 생활을 했다.

그러나 2006년부터 이곳에 외지인이 몰려들면서 장수마을의 조건이 하나둘씩 망가지고 있다. 연조도시보(燕趙都市報) 등의 보도로는 지난 2006년 11만명이던 관광객은 지난해 11월까지 259만명으로 늘었다. '철새'로 불리는 방문객의 90% 이상은 각종 암과 고혈압·당뇨병 등을 앓는 환자다. 2006년 이곳에 한 달 이상 체류한 사람은 60여명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10만여명이 됐다. 한적했던 시골마을엔 여관과 식당 등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바마현을 흐르는 판양(盤陽) 하천은 몇 년 전만 해도 그냥 마실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식수로 쓰기 어려운 하천이 됐다. 마을 간부 황다상(黃大尙)은 "판양천은 눈으로 봐도 기름이 둥둥 떠다녀 마실 수가 없다"고 말했다. 판양천은 또 환자들이 버린 약품으로도 몸살을 앓고 있지만 '장수 샘물'로 둔갑해 1t당 1800위안에 팔린다고 한다. 사람과 건물이 몰리면서 공기 중의 산소이온 농도는 20년 전의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주민들의 생활 리듬도 바빠졌다. 바비큐를 파는 황청은 차이나데일리에 "나는 돈을 벌기 위해 매일 12시간씩 일한다"며 "아마 (조상처럼) 100살까지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바마현 황옌페이(黃燕飛) 관광국장은 "장수마을에 특별한 비결은 없다. 깨끗한 자연과 느긋한 생활태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장수를 꿈꾸는 인간의 욕심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마을 주민의 '장수 생활 습관'까지 망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수마을이 외부의 손을 타며 망가진 경우는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일본 오키나와현은 1995년까지 일본에서 평균 수명이 가장 길었다. 기름을 뺀 돼지고기와 채소 위주의 식단이 비결로 꼽혔다. 그러나 패스트푸드점이 파고들면서 지금은 40대 남성의 절반이 비만과 당뇨의 위험에 처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가리아의 스몰리얀 마을은 유산균 '불가리쿠스'로 만든 전통 요구르트가 유명한 장수마을이었다. 그러나 공장에서 만든 유제품과 간편식이 식탁을 점령하면서 장수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동유럽 몰락 이후 의사들이 돈을 좇아 떠나며 의료 상황이 열악해진 것도 타격을 줬다. 이탈리아의 장수마을 사르데냐의 옛날 목동들은 하루 20㎞ 이상 걸으며 건강을 유지했지만 현대의 목동은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수명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