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임금님의 수라상

친가유 2014. 1. 27. 18:46

임금님의 수라상

 

 

가장 풍요로운 밥상, 왕의 밥상

 

밥은 혼자서는 존재하지 못하고 반찬이 있어야 먹을 수 있다. 그 반찬들은 한 가지일 수도, 열두 가지일 수도 있으니 철에 따라 집안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먹는 인원에 따라 크고, 작고, 둥글고, 모나고 한 모양이 있어 그 위에 밥과반찬이 그릇에 담겨 상에 올려진다. 그것이 밥상이다. 혼자 먹으면 독상, 둘이면 겸상, 여럿이 먹으면 두레상이다. 먹는 이의 신분에 따라 아이에겐 밥상, 어른에겐 진지상, 임금님께는 수라상이라 하고 돌아가신 분께는 메라 한다. 밥을 먹는 행위를 ‘먹다’,‘드시다’,‘잡수시다’, ‘젓수시다’로 표현한다.

 

 

밥은 단순한 의미로는 물을 넣어 끓여 익혀서 먹기 쉬운 형태, 소화되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곡물 음식이다. 밥은 물기가 없고 무미하며 흰색이며 영양소가 탄수화물 위주이다.이것이 국물음식인 국, 찌개, 국물김치를 만들어 먹게 했으며, 간이 없으니 짠 맛이 있는 반찬들을 만들었고 영양 균형을 밥과 함께 맞출 수 있게 고기, 채소, 생선들로 반찬을 만들어 먹게 하였다.

 

 

식재료를 가장 풍요롭고 다양하게 쓸 수 있었던 궁중의 밥상 ‘수라상’은 당연히 찬의 가짓수가 많다. 왕족들도 밥은 세끼이지만 사이사이에 간식시간이 있어 식사의 횟수가 많은 편이다.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받는 상은 아주 간소한 죽상이며, 9~10시경에 아침 수라상을 받는다. 점심에는 밥이 아닌 면상을 대하고, 저녁 6시경에 저녁 수라를 받는다. 사이에는 떡이나 과자, 차 등으로 다과상을 받는다. 정해놓고 5~6번의 식사를 하는 것은 아니고 손님맞이를 하거나 취향에 따라 줄여지기도 한다.

 

 

백반과 홍반 두 가지 올리고 식성에 따라 들게 해 조선왕조 마지막 상궁 한희순(제1대 기능보유자, 1889~1971년)이전해준 수라상에는 12가지의 반찬과 밥 2가지, 탕 2가지, 조치 2가지, 찜 1가지, 김치 3가지, 장을 주칠한 둥근상 2개에 올리며, 음식을 즉석에서 끓이고 덥히는 화로와 냄비(전골틀)를 놓고 사각진 상에 전골에 필요한 고기와 채소들을 합에 올린다고 하였다.

 

밥은 백반과 홍반 두 가지를 대원반과 소원반에 나눠 각각 올리고 채소로 만든 국과 고기를 많이 넣어 만든 육탕도 밥 옆에 놓는다.

 

반찬 12가지는 반가에서 가장 잘 차려지는 9첩에 별미 반찬 3가지를 더하여 합쳐진 것이다.

찬으로는 조리법으로 보아 생선, 고기, 김, 채소로 만든 구이 2, 전유화1, 편육 1이다.

나물로는 생채 1, 숙채 1, 조림 1, 장아찌 1, 젓갈 1, 포이나 자반 1, 회 1, 수란 1이다.

 

 

밥은 수라기라는 그릇에 담는다. 크기는 밥그릇이 가장 크고, 그 다음으로 탕, 조치를 담는 순으로 그릇 크기가 작아서 한 세트가 된다. 왕은 수라상에 올려진 2가지 밥 백반과 홍반을 본인의 식성에 따라 드셨고 남은 음식들은 수라를 물린 후 수라간 상궁들이 찬과 함께 끼니로 하였다고 한다.

 

 

 

궁 안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식에 대한 수라상 기록은 거의 없다. 다만 1875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여동생 군주 2명과 함께 수원화성으로 8일간 나들이 한 기록이 담긴『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가 남아 있다. 이 의궤에는 식사를 하신 상차림과 상에 올린 음식명이 상세히 나와 있어 당시의 수라상을 짐작할 수 있다. 아침은 조수라(朝水刺)라 하고, 점심은 주수라(晝水刺), 저녁은 석수라(夕水刺)라 한다. 밥상으로 차리면 반수라(飯水刺), 죽상으로 차리면 죽수라(粥水刺)라 한다. 원행 중 차려진 자궁과 대전 ,군주에게 차려진 2월 9일 아침 수라는 다음과 같다.

 

 

 

이 때 차려진 수라는 백반은 없으며 반1기 적두수화취(飯一器 赤豆水和炊)로 쓰여 있다.

 

붉은 팥물을 섞어 지은 밥이란 뜻이다. 궁중 내의원에는 식의(食醫)가 있어 왕족들의 건강을 살피는데 굳이 수라에 팥밥을 쓴 이유를 찾으면 『동의보감』에서 ‘팥은 성질이 아래로 향하니 수기를 내리고, 옹종과 피고름을 나가게 하며, 부기를 내려준다. 소갈을 치료하고, 설사를 멎게 하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진액을 몰아내므로 각기 처방에 좋으며, 술독을 풀어준다’로 되어 있으니 팥밥 한 가지만 보아도 궁중음식은 잘 먹게 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것이 곧 약이라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 아니겠는지.

 

 

 

글·사진 한복려(중요무형문화재 조선왕조궁중음식기능 보유자)